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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희망의 불꽃 태일이

by 프리덤38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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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평화시장 재단사 보조 태일이의 꿈

평화시장 재단사 보조로 취직한 태일이는 정식 재단사가 되어 가족의 생계도 꾸리고 동생들 공부도 시키는 것이 꿈이다. 열여섯의 나이에 평화 시장에서 미싱사 시다로 노동을 시작한 그에게 있어 하루 14시간이 넘는 노동의 대가는 50원이다. 커피 한 잔 값과 같았다. 미싱사를 거쳐 재단사가 된 후에도 고통스러운 노동의 강도와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대로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태일은 본인보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이들을 더 생각했다. 그는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여공들에게 자신의 차비로 풀빵을 사주고 동대문에서 창동까지 먼 길을 걸어갔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여공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폐병 3기 판정을 받은 여공이 가차 없이 해고당하는 것을 본 충격으로 이상적인 노동 환경을 꿈꾸기 시작한 전태일은 낮에는 공장에서 옷을 재단하고 밤에는 판잣집에서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읽었다. 뜻을 같이할 이들을 모아 삼동회, 바보회 등을 조직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힘썼으나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스물두 살 청년 태일이는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결심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죽어갔다. 그가 떠나고 2주 뒤 청계피복노조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전태일 정신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져 나가 곳곳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시민참여형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영화 태일이는 제작비 마련과 응원의 과정도 특별하다. 첫 번째로 영화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2018년 11월 20일부터 2019년 2월 19일까지 카카오같이 가치와 함께한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 금액인 1억 원을 훌쩍 넘어 2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를 달성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태일이의 애니메이션 디자인의 핵심은 빛이었다.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은 작업자가 원하는 대로 빛을 넣고, 또 뺄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과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색감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빛을 활용했다. 태일이가 일했던 창문 하나 없는 평화시장의 한미사의 경우, 섬유들로 인해 부유하는 먼지들을 뿌연 빛으로 포착해내고 다양한 빛을 활용해 태일이가 있는 공간 곳곳을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특히, 태일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공간, 태일이의 출퇴근길, 삼동친목회 회원들과 시위를 도모하는 카페, 태일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태일이의 주변을 비추는 작은 빛들은 영상만으로도 작은 희망과 용기를 느끼게 한다. 

또한, 어느 애니메이션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한두 명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닌, 태일이를 중심으로 삼동친목회, 한미사 공장의 미싱사들, 어린 여공들, 태일이의 가족 등 주요한 캐릭터들이 극을 함께 이끌어간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요 캐릭터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부터 시작하여 함께 재미있게 일을 할 때의 모습, 태일이의 마지막 장면까지 의상만으로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줄 수 있다.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상식과 실현되지 않는 정의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의 역사적 순간보다 그가 지나온 인간으로서의 삶에 집중한다. 한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아들이자 어리고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동료였던 평범한 청년 재단사가 열악한 노동환경과 이를 눈감는 부당한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제에 대한 부정적 언사,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을 목도하고도 바뀌지 않는 간접고용의 악습 등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상식과 실현되지 않는 정의에 대한 분노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마음 깊이 남는다. 

영화 자체는 전태일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니만큼 역사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반의 한국 빈민층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가혹한 인권탄압을 제대로 고증하고 가감 없이 보여 주었기에 호평을 받았다. 주제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도 높은 편으로, 보고 나서 감정이 북받쳤다는 감상이 많다. 

제일 중요하게 묘사된 전태일의 분신자살 장면에서, 그의 분신은 타오르는 고통 그 자체보다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결심까지 다다르는 과정에 초점을 다뤄 마치 불을 몸에 두른 듯이 묘사되어 마치 일종의 신적 존재까지 도달한 존재처럼 묘사되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찰들과 상대하던 평화시장 내 노조원들이 더 처절하게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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