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모교육 역사는 한국사회의 역사적인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통사회의 부모교육은 효와 예의 유교적인 윤리를 바탕으로 한 가족관계를 중시한 부모교육이 이루어졌고, 가계를 중시함으로써 가계의 계승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내용은 조선시대의 문헌을 통해 전해 오고 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서구의 부모교육이론이나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 사회에 맞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사회의 부모교육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전통사회에서의 부모교육의 내용은 효와 예, 그리고 가계의 계승과 관련되어 실시되었다. 먼저 효사상은 유교와 유학이 도입됨과 동시에 뿌리내리기 시작하여 우리나라 문화의 일부로 정착되었고 효와 관련된 책을 공부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교육의 내용이었다. 예컨대 서기 372년에 설립된 고구려의 태학이나 신라의 국학, 백제의 오경박사들의 교육에서 모두 중국의 5경 등 유학 서적을 본격적으로 교육하기 시작함으로써 효의 개념과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신라의 국학에서도 '논어'와 '효경'이 필수 과목이었고 화랑도의 '세속 5계'에서도 효가 중심적 가치의 하나였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명심보감'은 유교적 '효'의 사상과 행동규범을 기술하였고 이는 조선조 말기까지 한국의 아동들의 필수 교과서였다. 조선시대에도 역시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등에서 효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효의 강조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도리는 제시하지 않고 자녀의 지나친 희생을 기대하고 찬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성인 중심적인, 그리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볼 수 있다.
가계의 계승과 관련되어 살펴보면, 여성의 도리란 가계를 이을 아들을 출산하는 것이라 여겼으므로 집안 어른들이 혼인한 자녀의 부부관계나 며느리의 임신, 태교에 세심한 간섭을 하고, 태교에 대한 책을 읽도록 지도하였다. 고려시대에 정몽주의 어머니 이 씨가 쓴 '태중훈 문'은 태교를 목적으로 하는 부모교육 책이며, 조선시대에 사주다 이 씨의 '태교신기'는 사주다 자신이 자녀를 성공적으로 태교 하여 양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20세기의 부모교육
근대화 이전에 안방 교육 중심의 부모교육은 개화와 더불어 사회교육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 예로 1914년 미국 선교사 Brownlee가 이화 정동 유치원을 설립하고 '자모회'를 조직하여 본격적인 부모교육을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초등학교에서는 어머니들을 교육기능의 조력자, 후원자로 보고 사친회를 조직하여 아동교육에 참여시켰다. 1920년대는 일제 침략 하에 있었으므로 부모교육이 보편화될 수 없는 시기여서 여성교육은 소수의 양반계층과 일본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 양육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한편 1941년에 이화여자대학교 보육과에 부모교육이 개설되면서부터 현재까지 대학에서 부모교육이 개설되고 있다.
1950년대에는 부모교육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및 호응이 부족하였고 각 유치원에서만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자모회가 조직되어 운영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부모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각되어 부모교육에 변화가 있게 되었다. 부모가 수동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자녀교육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였고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시도되었다. 그 예로 연세대학교 어린이 생활지도 연구원에서는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도하였고 그 외 몇 개의 유치원에서 부모교육에 아버지의 참여를 권장하였으나 부진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정부 차원에서도 자녀교육의 향상을 위해 부모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 1980년대에는 '영유아 교육진흥법'이 제정되어 영유아 교육기관이 그 기틀을 다져가면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사회단체에서의 부모교육이 확산되었는데, 이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사회 각 기관과 정부가 관심을 갖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면 YMCA, 가정법률상담소 등의 여성단체나 아동상담소, 연구소에서 교육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 후반에는 각 지역의 복지관, 아동상담소, 청소년 사업관, 방송국 병원, 보육원, 탁아소, 종교기관, 기업 등에서 부모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그 대상도 영아기 부모, 학령기 부모, 미래의 부모, 장애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가족구조의 변화로 자녀양육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었고, 부모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여러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다. 비교적 알려진 것으로는 한국심리상담연구소의 PET, 한국심리교육센터의 APT, 현재는 청소년 상담원으로 개칭되었으나 청소년 대화의 광장의 EPT(Empowering Parent Training), 한국 사회교육연구소의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한편 부모교육 운동은 좋은 부모운동본부 발대식을 1996년 4월 19일에 갖고 바른 가정교육 캠페이노가 46개 항의 자녀교육 행동수칙을 발표하여 사회적인 참여를 하였다. 최근에는 정보화의 영향으로 인터넷을 통한 부모교육 관련 정보 제공이 증가하고 있으며, 아버지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 지역의 단체에서 아버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부모교육은 사회교육기관, 복지관, 여성 및 사회단체, 영유아 보육 및 교육기관, 신문과 여성잡지, TV와 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모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부모교육의 전달체계가 다양해지고 내용도 다양하게 개발되었으나 여전히 소수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일회적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양육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는 거두기가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자녀양육에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부모, 한부모, 조손 가족,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을 위한 부모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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